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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샬롯

노랑콩 2010. 7. 31. 02:16


 



William Holman Hunt - 레이디 샬롯(The Lady of Shalott)






절망스런 운명을 안고 태어나, 평생을 외롭게 보내야 했던 나약한 여인이 이리도 무모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사랑. 무모하다 손가락질 받았던 그녀를 쉬이 욕할 수 없는건, 그녀가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쫓으려 했던 '삶의 의미'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약한 여인의 행동. 자신이 짜던 카펫과 등불, 촛불만을 들고 무작정 배에 오른 그녀를 처음 보고, 그녀의 일화를 읽는 그 짧은 시간. 그 짧디 짧은 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나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수동적인 기다림만으로 의미가 자신에게 다가오길 바라는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쫓을 수 있는 행동. 아무것도 모른채, 저리 당황하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의미'를 위해 무작정 한 발을 내딛는 모습. 저 여인을 손가락질 하지 말라. 그러는 당신은 저 여인처럼 자신의 삶의 의미를 위해 노력이라도 해 본 적 있는가.


무언가에 미쳐야 낼 수 있는 그 열정.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그 무언의 의미.
과연, 나에게도 오는 날이 있을까. 아니, 나는 언제 찾을 수 있을까.

 






샬롯 성의 귀부인은 밤낮으로 화려한 빛깔로 된 마법의 천을 짰네.
그녀의 귓가에 한 목소리가 속삭이네.
계속해서 캐멀롯 성을 바라본다면 그녀에게 저주가 내릴 것이라고.
어떤 저주인지 알지 못한 채 그녀는 계속해서 천천히 실을 잣네.
샬롯 성의 귀부인은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네.

그녀의 앞에 걸려있는 깨끗한 거울을 통해 시간이 지나가고
세상의 그림자가 나타나네.
문득 그녀는 거울에 가까이 비친 오르막길을 바라보네.
캐멀롯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이 나타나고
강물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우직한 시골뜨기와 빨간 망토를 입은
시장 소녀들이 그 길을 따라 샬롯 성에서 출발하는 모습이 보이네.

때때로 기뻐하는 한 무리의 아가씨들과 느리게 움직이는 말을 탄 대수도원장
때로는 머리가 곱실곱실한 양치기 소년과
주홍빛 옷을 입은 긴 머리의 시동이
높은 캐멀롯 성을 지나가네.
또 때로는 푸른 거울을 통해 둘씩 짝을 지어 지나가는 기사들이 보이네.
그녀는 충실하고 진실한 자신의 기사를 갖지 못했네.

-헌트가 영감을 받았던 테니슨의 시 구절-